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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생각 나다.

좋아11 2020. 11. 26. 14:18

아버지와 아들들이 함께 지게를 지고 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아버지가 생각 나다

 

                               좋      아

 

책을 보다가 뜬금없이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낙타 등처럼 구부러지며 일만 하셨던 아버지

 

보리쌀 서말 들고 분가하셔서 남의 집에 사시며

살림을 차렸던 아버지

없는 농토에 남의 일을 하며 받는 삯으로 연명하셨던 아버지

 

땅이 없어 깊은 산 속 들어가 개간하며

산사태가 나 농작물 하나 건지지 못하고

산사태로 수박마저 깨져 먹도 못 하고

굶주려가며 자식들을 위해 일하셨던 아버지

 

그렇게 아버지는 지게질과 땅만 파며 고된 농삿일로 낙타등이 되셨다.

구부러진 허리에 낙타 등처럼 등이 블록 튀어나오셨다

나이가 드셔서 일을 못 하셔도 빈 지게를 지고 다니셨던 아버지

빈 지게라도 져야 허리가 덜 아프다고 빈 지게를 지고 다니셨던 아버지

 

낙타 등처럼 굽어버리도록 일만 하셨던 아버지

아버지 얼굴과 구부러진 허리와 등을 생각하면 눈물이 아른거린다.

오로지 자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일밖에 모르고 사셨던 아버지

 

지금 생각해 보면 여행 한번 시켜 드리지 못한 것이 한없이 아쉽다

항상 고향에서 원주 제천 충주 전라도 친척 집에 다녀가신 것이 전부다

 

그 흔한 바닷가 구경도 제대로 못시켜드렸다

바다라곤 내가 군 생활할 때 짐 들어 주시려 왔다가 간 바닷가 전부인 듯하다.

바닷물이 짠지 궁금하셨던지 손으로 적셔 맛을 보시던 아버지

 

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생각지도 못한 이 한스러움

아버지는 당연히 빈 지게를 지셔야 하는지 알았다

 

아 아 눈물이 난다

아 납골당 가서 펑펑 울고 속죄하고 싶다

챙겨주지 못했다고

 

헤아리지 못한 불효자는 이제야 깨우쳤다고

후회스런 맘 한 줄기 눈물로 사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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