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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좋아11 2020. 10. 31. 21:53

마중물

 

고향을 떠나 평생을 오지에서 떠돌며 사업을 하다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액자를 들려다 보는낙으로 살면서 먼저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위스키 한잔을 들고 창가로 다가가 네온싸인과 차량 불빛들이 강물처럼 어지럽게 이어지는 것을 보고 그래, 인생이란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라고 생각을 하며 무심코 창유리에 ‘mimir미미르라고 쓰고 있었다.

아내가 붙여준 이름이었다. 그 순간 류 사장은 비틀대며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같은 시간 회사근처에서 아들 류 신 차장은 술을 마시고 바에서 나오려는 순간 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장님이 쓰러졌다고 응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이송 후 호흡기를 끼고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있어 본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없다.

유일한 가족이자 회사의 사장인 아버지였지만 둘 사이는 그다지 가깝지 않았다.

응급차가 병원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류 사장의 손이 살짝 움질거렸다. 반사적으로 류 신은 아버지의 손을 잡자 류 사장은 힘들게 입모양으로 노트북이라는 말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정신을 잃으셨다. 과로로 인한 뇌출혈이었다. 그는 의식불명으로 쉽게 깨어나질 못한다고 하였고 류 신은 노트북에 정수기 필터 신개발에 대한 핵심기술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노트북을 열었으나 암호가 있어 열수가 없었고 힌트가 있었다.

 

류 사장은 창업이후 경쟁 업체보다 한 발 앞서 내놓은 신제품마다 대박을 터뜨렸지만 기술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창업초기 직원들을 모아 놓고 내가 만들 테니 당신들은 열심히 팔라며 독선적이었으며

남을 믿지 못하며, 직원에게 동업자 정신이 결여 된 채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회장실에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화면을 열자 암호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 )물과 ( )물에서만 살 수 있는 물고기

직원들은 석회장에게 가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며 석회장님과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 주면서 도움을 받기를 원했다.

그때 배 전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사장님 노트북을 가져오라며 암호화 된 노트북에 파일에 신기술이 있다며, 오 실장은 노트북을 그냥 넘겨주지 말라고 하였다.

류 신은 외장하드에 파일은 다운받은 후 배 전무에게 갔다 주었다.

류 신은 비밀을 풀기위해 아버지 방에 들어가 일기를 보기 시작했다.

일기를 보던 그는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리고 자신만 물에서 구출한 것으로 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인 내가 배위에서 장난을 치다가 고정되어 있던 배가 움직이자 배에서 기다리지 않고 엄마 쪽으로 오자 배기 기울어 주면서 빠지자 엄마가 소리치며 달려가자 엄마는 자신보다 아이를 구하라고 하여 아들을 구하고 엄마는 힘에 부쳐 구하지 못하자 후에 알면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 염려되어 엄마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 석회장은 원양어선의 갑판장이었다.

70년대 월남 패망 이후 수많은 보트피플이 망망대해를 떠돌 때, 석회장의 배가 피난민을 실은 보트 한 척을 발견하고 지칠 대로 지친 피난민들을 갑판위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갑판위에 오른 피난선의 선장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저희들을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겠다고 하자. 석회장은 놀라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탈진한 몸이지만 베트남 속담에는 선장은 배 밖이 아니라 배 안에서만 헤엄치는 물고기입니다. 배를 떠나는 순간 선장은 이미 죽은 물고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배로 돌아가야 합니다.” 석회장은 선장이 말하는 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선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 석회장은 먹을 것을 선장에게 주었고 몇 년 후 그는 의욕적으로 사업을 하였지만, 실패하며 빈민가를 떠돌 때 남루한 차림의 사람이 다가와 석회장을 보며 자신을 알아보겠냐고 하며 눈물을 지으며 그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며 성공을 하였고 한시도 석회장님의 은혜를 잊지 않았다고 하였다.

 

류 신은 석회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하자. 기업에 본질이 무엇이며 기업의 이익은 어디서 나오냐며 어려운 질문 쏟아내자 그는 이익이며 이익은 사람들로부터 나온다고 하자.

또다시 그러면 사람은 어디서 나오는가 묻는다. 당황스러워하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무엇이 있지 하고 물으며 자네 뱃머리의 순 우리말이 무엇인지 아나 하며 이물이라고 하며 그리고 배꼬리를 고물이라고 한다며 이야기를 하며 이물과 고물사이에서만 헤엄치며 살 수 있는 물고기!라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약속과 믿음이 있네, 그게 무너지면 기업도 무너질 수밖에 없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기업이 있다.

 

류 신을 바라보던 석회장은 양이득지라는 말이 있네. 사양함으로 얻는다는 뜻이지. 구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얻게 된다는 뜻이야. 사람의 마음, 그 진심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건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노력한다고 해서 얻게 되는 것도 아니란 말이야.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큰 지혜로 생각하네.

 

베트남 선장은 자신의 안위보다 선원을 먼저 생각한 행동으로 선원들의 마음을 얻고 그것이 고객의 믿음으로 큰 기업으로 성장 할 수 있으니 사람의 관계는 오묘한 것이 아닐 수 없네.

 

류 신은 어렵게 석회장에게 자금을 융통해 줄 것을 부탁하자

자네에게 연구비를 일부를 지원해주면 약속을 지킬 수 있는가를 물어온다.

물을 배우게 물방울끼리 섞여 물줄기가 되고, 물줄기가 섞여 강이 되어 거침없이 큰 바다로 나가지 않나 만나고 섞여서 하나가 되는 데에는 약속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네

류 신은 석회장을 떠나 집으로 오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공란에 ‘()물과 ()물에서만 살 수 있는 물고기.’ 엔터키를 누르자 경쾌한 신호와 함께 1단계가 해제되고 2단계 암호가 나타났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은 ( )이다.’

 

힌트 두 사람이 길을 갈 때, 한 사람만 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을 마시지만, 결국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 물을 마시게 되었다.

병실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는 여전히 산소마스크를 쓴 채 잠들어 있었다.

기적은 하늘의 몫입니다. 우리는 다만 하늘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충실 해야죠.” “어떤 환자들은 훌륭한 의사에 대한 신뢰감만으로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히포크라테스가 말했지요.”

 

류 신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아버지에게 이야기하였다.

다 듣고 계실 겁니다. 외국의 어느 의료팀이 2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아온 40대 환자의 두뇌를 첨단장비로 검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아버지의 병실에는 언제나 꽃향기가 났다.

류 신의 회사는 암호를 풀 수 없다는 소문까지 나며 정수기 경재업체인 W&D회사에서 핵심인력을 빼가며 동조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자금 압박까지 오는 현상이 발생하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게 되었다. 노조원들 마저 작업거부를 하는 지경에 이르자 류 신은 그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며 힘을 쏟아 부으려 하였다.

회사가 어렵다고 누구나 다 등을 돌리지는 않아요. 시련을 같이 극복하고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류신은 강원도 작은 사찰에서 노인과 동자승이 목재더미 한쪽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귀를 쫑긋 하며 노인과 동자승에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구법의 길을 떠난 원효와 의상은 산이 저물어 산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는데 찬바람이 불어 무덤 옆에 잠을 창했는데 잠을 자던 원효가 갑자기 심한 갈증을 느껴 눈을 떴다.

물을 찾았는데 캄캄한 밤중이라 손으로 사방으로 더듬자 가까스로 물이 가득 담긴 바가지 하나를 발견하고 벌컥벌컥 마시니 꿀맛과도 같았다. 원효는 그대로 잠들고 아침까지 깊은 잠에 빠졌다.

 

이튿날 아침 그는 바가지를 찾았지만 바가지는 없고 무덤주위에는 해골만 뒹굴고 있었다.

수연과 류신은 갑자기 얼굴을 맛보며 소리쳤다. “어르신이 말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

류 신은 재빨리 아버지 사진을 보여 주며 혹시 이분 아십니까?

해골에 담긴 물을 무엇이라 부르느냐고 물으니 추깃물이라 하며 전에도 누가 와서 묻더라고 했다

 

노인은 낙엽 한 잎을 주워 흐르는 물 위에 살짝 띄웠다. 물은 낮은 곳으로만 흐른다오.

세상에 물보다 겸손한 건 없소. 그런 겸손 때문에 만물을 품을 수 있는 게요.

경쟁 업체W&D 사로 옮긴 연구원 중에 배전무도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류 신과 수연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류 신과 수연은 돌아와 암호명 추깃물을 입력하자 사막의 펌프

 

이 펌프에 물을 붓고 펌프질만 하면 물은 틀림없이 나옵니다. 이 땅 밑의 샘에는 언제나 물이 있습니다.

이 펌프 옆 흰 바위 밑에는 큰 병에 물이 가득 담겨져 모래에 파묻혀 있습니다.

햇볕에 증발하지 않도록 마개로 잘 막았지요. 만약에 그물을 먼저 마시면 물은 반드시 모자랍니다.

그 물을 펌프에 다 붓고 펌프질을 하십시오.

 

사람 사이에 있어야할 가장 귀중한 보물은 믿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사람이 용기 있게 시작한 믿음은 결국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될 거예요.

키워드는 모두 로 끝나요!” ‘마중물엔터키를 누르자 압축파일이 풀려 나갔다.

모두가 기대하며 기다렸던 신기술은 없었다.

 

류 사장은 미완의 연구결과를 구태여 암호로 닫아둔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아닌 파일로 왜 이렇게 골탕을 먹였을까?’

류 신은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고집해온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신개념 필터만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않았다.

마지막의 선택은 마중물이 되어 물길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아들아 마중물이 되어라.’

 

류신은 수연씨가 안보이자 어디로 갔느냐고 묻자? 권 대리는 강원도로 민 교수를 만나러 갔다고 하자. 류 신도 민 교수님을 만나러 간다고 하며 강원도로 내려갔다.

민 교수 사무실에는 유닛도 함께 있었다. 유닛은 배신을 때렸지만 돌아온 탕자처럼 힘을 보태주게 된다.

일단 류 신과 수연 그리고 유닛은 회사로 복귀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민 교수님은 차후에 합류하기로 하였다. 돌아가는 차안에서 수연에게 직원들이 대부분 남게 되는데 큰 공을 세우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였느냐고 묻자 그녀는 한마디만 했다며 한 때 업계의 선두주자로 활약했던 자부심만 절대 잊지 말자고 했다.”고 했다.

 

수연이 오디오 버튼을 누르자 석회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느 바닷가에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이 마을은 공동어장으로 고기를 잡고 미역을 따며 살아갑니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여전히 풍족한 어장으로 남을 거라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누구도 다른 어부가 잡아가는 고기의 양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잡아가는 고기의 양을 줄인다면 자기만 손해를 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과도한 고기잡이로 나서게 되면 어장은 언제까지 괜찮을 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어장은 황폐해져 가고 치어까지 경쟁적으로 잡아 올리는 상황이 됩니다.

결국 어부들은 스스로 마을 주민 전체의 생계가 달려 있는 공유자원을 완전히 파괴하고 맙니다.

이것은 다들 알고 계시는 공유지의 비극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비극은 지금 우리 눈앞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우리의 어촌으로 돌아가 볼까요. 어민들은 어장이 살아야 자기들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약속을 합니다.

너무 많이 잡아 올리지도 말고 누구보다 많이 갖지도 않기로약속하였지만 배 전무 아버지는 약속을 어기자 그는 책임을 지고 그 마을을 떠나게 되었고, 류사장 아버지와 결탁 했지만 침묵으로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

믿음을 지킴으로써 누명을 쓰고 피해를 본 배 전무 아버지, 어쩌면 배 전무에게 약속이나 신뢰란 그런 상처로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업설명회도 한때 한솥밥을 먹던 배 전무가W&D로 이직을 하면서 라이벌 관계가 되어 사활을 건 프로잭트를 발표하며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석회장은 몇 걸음 앞서가더니 정원 한 구석에 있는 오래된 물 펌프 앞에 섰다.

여기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넣어주겠나?” 류 신이 물을 넣자 석 회장이 익숙한 동작으로 펌프질을 하자 펌프 주둥이에서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석회장은 그 물에 손을 정성껏 씻었다.

 

손은 손으로 씻을 수밖에 없다네. 받고 싶다면 먼저 주어야 하지. 믿음도 마찬가지라네. 신뢰를 받고 싶으면 먼저 믿어주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네

오늘 주신 말씀, 가슴에 깊이 새겨 넣겠습니다.”

수연은 차를 강변 북로로 몰았다. 수연은 류 신에게 저는 물을 보고 있으면 상처받은 마음이 부드럽게 풀어지면서 치유를 받는 느낌이 들어요. ‘존재하는 것은 머물지 않고 흘러간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회사가 자금도 확보하며 연구를 하며 박차를 가하려 할 때 류 사장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게 되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루고 두문불출하며 집밖 출입을 하지 않고 있을 때 뜻밖에 방문객이 벨을 눌렀다. 문을 열자 간병인이 낯익은 꽃병을 품에 앉고 있었다.

이 화병을 전해 드리려 왔다며 매일 새로운 꽃을 꽂아준 것은 수연이라는 이야기였다.

처음엔 따님인줄 알았다고 사장님 귀에 도란도란 이야기도 많이 하였다고 한다.

 

내가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큰 변화를 만든다.’

그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약속이자 아버지와 자신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과 회사와 약속이며 결국은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우리에게 물은 바로 신뢰입니다. 믿음의 강물이 흘러야 회사가 삽니다.

이것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다행히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신문의 헤드라인이 바람결에 펄럭였다.

아버지와 약속을 지킨 아들, 고객과 주주의 신뢰를 얻다.

미미르라는 이름이 무슨 뜻이지 아세요?”

물을 가져오는 자란 뜻이래요. 이제 그 이름을 물려받으세요.”

류 신은 수연씨를 물을 대하듯 당신을 대할 겁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바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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