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좋아

연탄길 1,2,3, 이철환

좋아11 2020. 3. 28. 12:06

우리 세상의 작은 등불이 되는 이야기

볼 수 없다고 또 느낄 수 없다고 우리 주변에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저는 낮고 어두운 것을 돌아다니며 다른 이들을 위해 온 몸으로 헌신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연탄길 1, 2, 3 세 권을 쓰는 데 9년이린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이책에 나오는 이야기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며 주인공들도 모두 실존 인물이들이다.


코스모스는 누군가 다가와 꽃봉오리를 따가면, 그 상처를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꽃봉오리가 잘려나간 가장 가까운 자리에 오히려 두세 개의 꽃 봉오리를 더 맺는다고 합니다.

슬픈 일이 있어도 더 많은 꽃봉오리를 맺으려고 애쓰는 코스모스처럼, 우리도 그와 같기를 바랍니다.


꽃을 파는 할머니

민혜는 국립묘지 앞에서 꽃집을 하고 있었다. 그 부근에는 꽃집이 민혜네 하나뿐이라 꽃을 사려면 민혜네로 왔다.

그런데 묘소 앞에는 등이 활처럼 굽은 할머니가 좌판에다 꽃을 놓고 팔고 있었다.

민혜는 저 할머니 좀 웃긴것 같아, 아빠도 알아 묘소 앞에 놓인 꽃들을 몰래 갔다가 파는 거?

팔게 따로 있지 관리소에 얘기해야 되는 거 아냐?

아빠는 오죽 살기가 힘들면 그러겠니? 그냥 모르는 척해라?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인지 묘소를 찾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어느 날 새벽, 민혜는 묘 반대편에 있는 시민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새벽 공기는 상쾌했다.

그때 멀리 보이는 묘소 중앙 쪽에 검은 그림자와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느릿느릿  걷는 것을  보니 할머니 같았다.

민혜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쪽을 향하여 걸어갔다. 그런데 민혜는 너무 놀라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할머니가 아니고 아빠였다. 민혜는 얼른 몸을 숨기고 몇 번을 보았지만 아빠가 맞았다.

설마 아빠가 묘소에서 꽃을 들고 나올 줄 몰랐다.

몹시 당황한 아빠는 묘소에 꽃을 내려놓고 주위를 살피며 걸어 나왔다.

"아빠......" "아침부터 웬일이니?"  "아빠, 근데 .....  왜 묘지 앞에 있던 꽃다발을 들고 있었어 ?"

"응 봤냐? 겨울이라 꽃을 사가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할머니가 요 며칠째 헛걸음을 하시기에......

하도 안돼 보여서 아빠가 꽃을 좀 갔다 놓은 거야."


민혜 아빠는 늘 민혜에게 말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거라고.

우리의 삶이 꺼져갈 때마다 우리를 살리는 건 우리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풍금소리

저녁 무렵 한 아이가 동생둘을 데리고 음식점에 들어왔다. 동생들에게 뭐 시킬까 하자 .

"자장면 "  "나두...." 여기 자장면 두 개요 하며 주문을 하자. 아저씨는 여기 자장면 두개 하고 주방에 소리친다."

아저씨는 아내 영선에게 주문하고 난로 옆에서 서 있었다.

그때 아이들에 이야기가 들리었다. 언니는 왜 안먹어 어 언니는 지금 배가 아파서 먹을 수가 없어 한다. 그러면서 동생은 옆 테이블에서 가족들이 정겹게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며, 우리도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 영선은 갑자기 주방에서 나오며 "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영선에 갑작스런 물음에 아이는 어리둥절해 했다.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마 ......"

"한 동네 살았는 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안나는 모양이구나? 인정이도 이제 많이 커구나 . 옛날에는 걸음마도 못하더니 하며 얼굴도 쓰담아 주며 반겨 주며 아줌마가 맛있는 거 많이 해 줄게 하면 서 주방으로 들어가 자장면 세그릇과 탕수육 한접시를 내 왔다. 그리고 언제든지 먹고 싶으면 또 오라고 했다.


남편은 아는 아이들이 냐고 묻는 다. 아니야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주면 상처받아서 먹지 않는 다고 엄마 친구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다.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 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고정관념

6살짜리 어린 아이가 목욕탕에서 대야에 발을 담그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대야에 담긴 물을 들고 아빠에게 가서 "아빠 물 떠왔어. 이걸로 세수해"  영호야 발 담근물로 세수하는 거 아냐? 

왜?  발  담근물은 더러우니까?

아이는 물을 쏟아 버렸다. 아빠는 너무 이상했다. 여러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탕 속에 앉아 그 물로 세수를 하며 얼굴에 땀을 씻어내고 있었다.


마음의 정원

김씨가 인형 장사를 시작한지 6개월쯤 지난 어느날 이었다.

밤 10시쯤, 한 중년의 사내가 김씨의 인형 좌판으로 다가온 사람은 검은 와이셔츠 위에 허름한 양복을 입은 사람이 인형앞에 쪼그려 앉아 인형을 본 후 이 인형얼마예요.   예 신랑신부 인형인데요. 3천원이예요. 손님


장사는 잘되나요 ? 웬걸요 하루에 서너 개도 못할 때가 많아요 그나마 인형이라도 팔아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김씨가 사내를 다시 본것은 열흘이 지나서였다. 점퍼 차림에 사내는 양손에 가득 짐을 들고 김씨에게 다가왔다.

전과는 달리 그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그 때 사간 신랑신부 인형 한 쌍 더사려구요.?"

김씨는 신부 인형을 꺼내 다시 김씨에게 주며, 사실은 집에 있는 신부 인형이 얼마 전 자기 신랑을 잃어버렸건든요. 그래서 신랑 인형만 있으면 돼요.


"그럼 인형 값을 다 받기가 죄송한데..."

"무슨 말씀이세요. 마땅히 다 받으셔야지요."

김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안맘이 가시지 않았다. 그때 사내는 바닥에 놓았던 보따리 안에서 과일 봉지를 꺼내서 주면서 집에 아이들 갔다주라고 하는 것이었다. "왜 이런걸..."

감사의 표시니까 그냥 받아주세요. 그리고 인형 많이 파세요.

김씨는 봉지 안에는 과일과 편지 한통이 들어 있었다.


'열흘 전 나는 밤 거리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 날 나는 세상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며 밤길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죽기 위해 미리 봐두었던 한강으로 가는 길에서 당신을 만났던 것입니다.

무심코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인형들을 앞에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당신의 그런 모습에 이끌려 신랑신부 인형을 샀습니다.


나는 사업에 번번히 실패했고, 오랬동안 빚쟁들에게 쫒겨다녔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은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차라리 죽음의 길을 택하려 했던 것입니다.

한강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2시가 될 무렵 죽음 을 향해 가는 동안 여러 번  갈등도 했고, 아내와 자식들 생각에 절망도 했고 그 곳에 도착했을 때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다리 난간 위로 한 쪽발을 올려 놓고 다른발을 올려 놓고 뛰어 내리는 순간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소리가 내귀에 파고 들렸습니다.

두려움에 중심을 잃고 떨어진 곳은 강물이 아니었고 콘크리 바닥이었습니다.


나보다 먼저 뛰어든 것은 내 주머니에 있던 인형있습니다.

만일 그인형이 나보다 먼저 떨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강물로 몸을 던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다리 난간에 기대 앉아 한 참을 울었습니다. 그 순간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 났습니다.

그리고 왜인지는 몰라도 당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가난하지만 세상을 증오하지 않고 거리에서

인형을 팔며 세상을 끌어 안으려는 당신의 모습이 선뜻 내 앞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그 날 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겁니다.

당신께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참 그리고 저도 내일부터 장사 시작하려고 합니다. 거리에서 양말이라도 팔아보려고요.

저에게 이런 용기와 희망을 주신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마음만 있다면 풀 한 포기만으로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유리조각

태수는 병원 현관 앞을 서성거렸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왔지만

차마 병원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복잡한 지하철에서 소매치기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담배를 피우다가 병원에서 나오려는 병원 앞 현금인출기 앞에서 한 젊은 여자가 많은 돈을 핸드백에 넣는 것을 보고 태수는 핸드백을 낚아채 가지고 도망쳤다.


태수는 소매치기 한 돈으로 친구를 불러내어 술을 먹다가 옆사람들과 시비가 뿥어 싸우게 되어 경찰에 입건되어 합의를 봐야 하는 데 합의금이 없자 동생에게 연락하여 온 동생에게 이런일로 불러서 미안하다고 하자 형은 왜  병원에 한 번도 오지 않았냐고 하자. 가긴 갔었는 데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고 하며 엄마는 좀 어떠시냐고 묻자.

놀라지 마 엄마는 돌아가셨어. 장례식이 끝난지 일주일도 안되

뭐? 왜 돌아가신거야? 왜... ?  "왜는 왜야? 병원비 때문에 돌아가신 거지."


"얼마전에 내 여자 친구가 정말 어렵게 엄마 수술비를 만련했어. 근데 그걸 내게 갖다주려고 병원으로 오다가 어떤 놈한테 소매치기 당했대.

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놈을 잡지도 못했고.

결국 그 놈의 소매치기가 엄마를 죽인거나 마찬 가지야 ..."


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태수의 온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게 틀리기를 바라면서 더듬더듬 다시 물었다.  " 그 돈 ...... 어디서 소매치기 당했어?"

"엄마 있던 병원 바로 앞에 있는 지하도 계단에서 ......"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아빠의 눈물

명지가 열여섯 살 때였다, 명지의가족은 여름 보내기위해 경포대로 갔다.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돌아 올때 폭우가 쏟아질 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 명지는 보조 다리없이는 걷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명지를 볼 때마다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것을 마음아파 하며 괴로워 했다 이것을 본 가족들은 마음을 아파하며 지냈고 아빠도 보조다리 목발을 짚고 다니셨다.


명지는 사춘기를 지내고 대학교 입학식 때 아빠는 보조다리에 몸을 기댄채 꽃다발을 꽃을 안고 있었다. 입학식을 끝내고 나올 때 그들의 눈앞에서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차가 다니는 도로 쪽으로 한 어린 꼬마가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걸어가던 명지의 아빠는 그 아이를 향해 전 속력으로 달려갔다.

명지의 눈앞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명지 아빠는 보조다리었이 아이를 향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명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그 아이를 안고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빠?"

명지는 너무 놀라 소리 쳤지만 아빠는 못 들은 척 보조다리를 양팔에 끼고는 가버렸다.

"엄마? 엄마도 봤지? 아빠 걷는거......."

"명지야 , 놀라지 말고 엄마 말 잘들어.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되리라 생각했어.

아빠는 사실 보조다리가 필요없는 정상인이야.

그때 아빠는 팔만 다치셨어. 그런데 사 년 동안 보조 다리를 짚고 다니신 거야.

너 혼자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고 ...... 성한 몸으로 누구도 아픈 너를 위로 할 수 없다고  말야"


"왜 그랬어 ? 왜. 아빠까지......."

명지는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울지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빠는 견디지 못하셨을거야. 불편한 몸으로 살아오시며 너를 위로

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셨는데 ......"

오늘은 그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너 처럼 될까 봐서......."


명지가 방황할 때마다

그녀의 아빠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결코 하나의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는 거야.

슬픔도 그리고 기쁨까지도 ..... 힘겨워도 견디고 또 견디다 보면

언제가는 슬픔도 아름다운 노래가 되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