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11 2021. 6. 12. 08:10

벚나무

 

                좋    아

 

 

여름 하면 떠오르는 나무가 있다.

바로 아낌없이 주는 벚나무이다.

겨우내 헐벗은 나무로 하얀 나무가 되기도 하며

앙상한 가지로 남아 세찬 바람을 맞으며 자리를 지켰던 나무

 

여름 내내 곤충들에게 짓띁기며 그늘을 만들어 주던 나무

주름진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잠으로 아픔을 견디고

봄 되어 물오른 가지마다 꽃망울 터뜨리며 희망을 주는나무

춥고 아팠던 기억도 잊은 채 또다시 화사한 꽃을 피우는나무

 

아픔도 참고 참으며 피어나는 꽃은 더할 나위 없구나

그 곱던 꽃도 떨어지고 이제는 버찌가 인사하는구나

학교 갔다가 오는 길에 먹던 버찌로 새 옷엔 얼룩무늬

개구리 군복 만들어 왔다고 회초리가 따라왔지

 

뜨거운 여름 되니 정겹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쉼도 얻지만

벚나무는 말없이 서서 그들에 먹이가 되어 주고 있구나

진딧물과 빨간 매미들은 아량도 없이 수액을 먹는구나

그렇게 아파서 눈물 흘리며 또 아물어가는 나무껍질이 안타깝구나

 

찬바람이 일렁이는 계절이 오니 파아랗던 나뭇잎들이 멋을 내고 있다.

노랗고 빨간 단풍으로 물들이며 또 찾아오게 만드는구나

봄에는 꽃으로, 여름은 그늘막으로 가을은 단풍으로 겨울에는 빈손이구나

자신에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고마운 벚나무